2011/12/08 14:43 PIX/RED COUCH
the RED COUCH ] Effy
- What makes life worth living for you?
Love.
그래서 제가 지금 엉망진창입니다.
- What do you not like about life?
반성하지 않는 내 안의 개자식들, 혹은 타인의 개자식들.
- What is your idea of happiness?
밥상을 차려놓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밥 그리고 술을 마시는 것.
- What is your idea of unhappiness?
밥상을 차려놓고 악다구니 쓰는 것.
- What was your most interesting experience up until now?
초등학생 때 후암동에 산 적이 있는데,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영이와 함께 목이 말라서 가파른 계단(계단이랄 수도 없는 가파른 새면 언덕이었다)에서 물통에 든 물을 나눠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그 때 술이 잔뜩 취한 고등학생? 중학생? 남자애가 우리에게 다가오며 뭐라고 지껄였는데, 미영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조용히 가방을 챙겨 매고 그 길로 줄행랑.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엄청 뛰었는데 어느 순간 미영이와 따로 떨어져 뛰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후암동의 길들은 엄청난 골목이라서(달동네 수준) 길을 잃으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일은 무리, 무리. 그래서 혼자서 터덜터덜 골목을 걸었는데 이상하게 그 낯선 길들이 무섭지 않았다. 뭔가 쓸쓸하기까지 했는데 그 감정이 너무 생경하고 미묘한 거라. 그 일렁거리는 마음이 너무 기묘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긴 시간을 지루해하지 않고, 무서워하지 않고 잘 올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곧 옆 동네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전학을 간 이후엔 종종 혼자서 하교를 했다. 우둘투둘한 새면 벽 너머에 자리한 미군부대를 감싸고 있는 철조망을 보거나, 메타세콰이아의 얼룩덜룩한 몸을 보는 일이 좋았다. 사람들이 없는 그 거리를 혼자 걸었던 일이 좋았다. 그냥, 그랬었다. ㅎ
- What was the worst thing that ever happened to you?
겨울에 집에서 쫓겨나듯이 나온 적이 있었다. 어린 동생과 나는 화장실이 무척 급했었는데 그 밤에 갈 데가 없었지. 그래서 옆 아파트 지하 보일러실에서 볼 일을 본 적이 있었다. 너무 추운 날이라 오줌이 얼었다. 최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냥 그 때 맞은 부분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나서 적어본다.
- What was a big mistake you made?
거짓말을 한 것. 그리고 들킨 것. 지금까지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내 자신이 싫다.
- What do you fear?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 나를 통제할 수 없을 때 나는 가장 나에게 가장 겁을 먹는다. 내가 무섭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 나는 정말 미친년이었는데 그 때 난 내가 너무 무서웠다. 지금도 ‘그 때의 나’는 무섭다. 같은 예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과 식물인간이 되는 것도 무섭다. 알츠하이머 같은 병이라던가, <나비와잠수종>의 주인공처럼 의식은 있으나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상상도 하기 싫다.
- What is your greatest wish?
내 짝꿍을 만나 함께 ‘간지’ 나게 살고 싶다. 그리고 평생 죽을 때까지 재밌게 글 쓰고 싶다.
- If you could choose, who or what would you rather be?
돈 많은 잉여가 되어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남자 후리고 싶다.
- What does work mean to you?
프랑스로 유학 자금 마련을 위한 곳.
뭐 말하자면 돈을 벌기 위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 What does love mean to you?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것. 공기 같은 것.
- What role does art play in your life?
정서적 지진아인 내가 더 지진아가 되기 위한 것.
- What do animals and plants mean to you?
생산적인 생물.
인간이 엄청나게 비생산적이라는 걸 매일 매일 깨닫지.
- Who or what created the universe?
이건 진짜 모르겠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는 마당에... 내 코가 석자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우주다.
- What is your expectation after death?
빛. 그리고 소멸. 정말로 없어지는 것.
- What is your question to the audience?
질문은 됐고, 소주나 한 잔 하러 갑시다.
+ 마지막으로 모아레의 질문. 당신의 삶을 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망각.
죽고 싶은 순간도, 괴로었던 순간들과 감정들도 결국 잊어버리거나 희미해진다는 것. 잊어버림으로써 고루하고 괴로운 삶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Effy aka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