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DOODLE'에 해당되는 글 86건

  1. 2012/05/16 복귀
  2. 2012/04/14 언제까지 (2)
  3. 2012/04/04 물가 애 (2)
  4. 2012/04/02 백년의 피로 (4)
  5. 2012/03/20 돌아갈 곳
  6. 2012/03/14 날이 풀렸다 (4)
  7. 2012/02/20 사람 (2)
  8. 2012/01/17 시간도둑 (2)
  9. 2011/12/22 빨래 (4)
  10. 2011/12/21 mixtape : DEC, 2011

2012/05/16 01:07 DOODLE/FAUX

복귀

-

조금은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멀리서 거리를 두고 보면 모든 것이 느리게 춤추듯이 흘러가는 것 처럼 보이다가

이내 고개를 들이밀면 새로울 것도 없이 그대로 여기와 똑같다.


-

언젠가의 전시회에서 보았던

푸른 밤바다의 레이스같던 파도 앞에서 곱게 포옹한 채 춤을 추던 그림이 생각나는

그런 바람이 분다. 

윈슬러 호머의 여름밤,의 계절이 왔다.


-

여행 후 마음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어

전부터 벼르던 상담을 받았다.

새삼스러울 이야기는 없었다는 건 그 만큼 내가 내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재능을 실로 가지고 있다,라고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해 보여주었는데 

나 역시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

운이 좋은 편도 아니며, 크게 이름을 떨칠 만한 위인도 못되고,

나의 방과 광장 사이에서 번민하고, 죄책감과 분노는 오랜 좋은 맞수였다.

만들어 놓은 것을 세상에 내놓기를 두려워하면서 실은

타인보다 스스로에게 더 가혹하게 잣대를 들이대고 

무기력해지고 게을러지는 자신을 못 본 채 하며

언제나 스스로와 세상을 3인칭으로 바라본다.

깊은 구멍, 있어야 할 자리, 기껏해야 썪은 사과뿐인 세상에 놓여진 말, 고독.

지겹게도 알아온 스스로를 재확인 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었건만,

뭐든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올해 들어 몇 번이고 드는 생각이지만

백 년도 더 산 것 같다.

삶이 고마 귀찮다.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2/04/14 00:54 DOODLE/FAUX

언제까지

-
언제까지 이렇게 장난같이 살 수 있을까

뭔가를 제대로 그리려다 망쳐버린 종이가 아까워서

의미없이 끄적여 채워넣은 그림처럼


-

낮에 혼자 놀기 좋은 곳을 두군데쯤 확보했는데

막상 혼자 나갈 시간을 못내고 있다


-

마음이 지쳐있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한 번 쯤은 그냥 대충 막 닥치는대로 살아보고 싶다

뒤끝없는 인생같은 것 말이야

때로는 그냥 모두가 스트레인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오늘 안녕하고 또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까


-

밤에 걷는 게 좋다

피부에 아토피가 잔뜩 생겼다


-

언젠가의 꿈에서 인터넷으로 EX의 청첩장과 웨딩사진을 보았다

신부는 구두 디자이너라고 적혀있었고, 두 사람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구두 디자이너라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요즘 꿈을 많이 꾼다

아마 제대로 못잔다는 거다


-

일을 한다는 건 왜인지 매일매일 보기싫은 나를 마주하는 것 같다

작은 실패가 모여 이런 나를 만들고

나는 어째서인지 매일매일 조금씩 더 작아진다

힘내자,라고 누군가를 위로하는 나는 몇퍼센트나 진심일까

몇퍼센트나 힘낼 생각이 있는걸까

미안 미안


-

올해는 꽃구경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다

아 아 무 생각도 없다

성산대교 아래 물가에 앉아 뛰어들까 말까 아주 잠깐씩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냥 이상한 짓이 하고 싶어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2/04/04 02:17 DOODLE/FAUX

물가 애


-

인터넷이 삶의 일부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자아가 분열되기 시작했다.

이 쪽에서는 웃고 저 쪽에서는 울고 안에선 웃고 밖에선 울고.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아요? 아니다, 이렇게 살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이제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나란 인간 자체가 그래왔었기 때문에 매 순간이 너무 자연스럽다.

이런 인간들은 사람을 가까이 두면 괴로워진다.

자신의 분열은 관객을 의도한 것이 아니므로... 의식하는 순간 또 쪼개져버리는 것이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보여주어선 안돼는 모습과 보여줄 수 없는 모습과 보여주기 싫은 모습과 보이는 모습...

쓸데없이 복잡하게 산다. 이번 생은 어쩔 수 없다.


-

물가 애

생애,라는 말을 적다가 '애'가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삼수변에 벼랑을 뜻하는 글자가 만나서 만들어진 이 글자는

물가 - 끝 - 근처 - 헤아리다 등의 뜻을 가진다.

알고 보니 참으로 生과 어울리는구나.


-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높다란 빌딩의 이십층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모두 컴퓨터 앞에서 등을 구부린 채 시들어 있었다.

조금만 더 그렇게 있으면 빌딩 벽에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가 되어서 

21세기를 기록하는 표준화석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빛과 공기와 땅의 기운의 소중함을 새삼 또 느끼고...


-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후각적인 의미로도, 문학적인 의미로도.


-

그래도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해준 나갈래 고양이 롤라.

나도 널 내보내 주고 싶구나 ㅠ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2/04/02 00:57 DOODLE/FAUX

백년의 피로


아프면 서럽다던데 난 아프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들고 싶어진다.

고양이는 죽을 때가 되면 자취를 감춘다던데, 내가 키우던 고양이들도 모두 그렇게 사라졌다.

밖에서 키웠으니 길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고가 났거나 죽었거나 사고가 나서 죽었거나. 아마 그럴 것이다.

언젠가부터 먼 훗날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먼 훗날의 그 마지막이라면

아마도 그 고양이들 처럼 그렇게 인적이 드문 길 위에서 바스러지지 않을까.

그래서 그렇게 천천히 땅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백 년도 더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가졌던 단단하고 굵은 것들은 이제 모두 실처럼 희미하고 가늘어져서

낡고 버려진 창고를 메운 거미줄처럼 그렇게 하얗게 내 안을 메우고 있다.

이제 그만 불태워버리렴. 불태워주어.

백 년의 피로가 내 눈꺼풀 위에 앉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2/03/20 00:40 DOODLE/FAUX

돌아갈 곳

혼자여도 돌아갈 곳이 있다면 괜찮다. 
얼마전 강변을 걷다가 깨달았다.

내 모든 관계들은 그래서 끝이 났었다는 걸.
눈 앞에서 셔터가 닫히는 순간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마음을 데리고 최대한 멀리 달렸다.
그 곳에서부터 멀어지도록. 
방어저지선의 한계를 누구든 밟았을 것이다.
자기방어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작동하고
사이렌이 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안돼. 더이상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허락하지 않아. 허락받지 못했어.
나가라고 하고 있어.
여기 있어선 안돼.

뺏기거나 박탈당하거나 사라지지 않는 곳이 필요하다.
믿을 건 어쩌면 나 뿐일지도 모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2/03/14 03:47 DOODLE/FAUX

날이 풀렸다

그래서 나가서 좀 걷기 시작했고
밤에는 그림일기도 좀 쓰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예전의 남자친구가 입양한 아이를 내게 보여주는 꿈을 꾸었다
혼자 입양해서 키운다고 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할만도 한데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했다
내 기억에 그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했었다

몇 년 전 한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았었다
한 쪽 손바닥을 펼치고 그 안에서만 지냈다
불특정 다수 아니 그냥 타인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자
그러고자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중요한 건 나이고
내가 잘 되야하니까

내일은 빨래를 돌리고 나가서 
한시간 쯤 산책을 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을까
아까 등산복을 입은 노인들이 비둘기처럼 옹기종기 비닐 천막안에 앉아
볕을 쬐며 막걸리를 마시는 것을 보았다

친구가 사온 거금의 딸기는 
달지 않았다
값을 지불하고 랜덤으로 뽑는 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다
인과가 없어

일본라멘과 쌀국수 멸치국수가 생각나는 밤이다
아 아침에는 멸치국물을 우리려고
다시마는 담궈두었다
가끔 먹었던 본가의 멸치국수집이 그 새 커피숍으로 바뀌었다
내가 밤중에 그 뜨끈한 국물에 위로받았듯이
뜨끈한 커피는 또 누군가를 위로해주겠지
아쉽지만
손 안에 영원토록 지니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는 걸 안다
그래서 포기는 빠르다
하지만 그 위로는 재현하고 싶다
언젠가는 되겠지 그 때에는 어깨를 늘어뜨린 친구에게 먹이며
그 위로의 대를 잇고 싶다
퍼뜨리고 싶다
아 배고파

나른한 봄볕에 퍼질러 앉아
도시의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2/02/20 19:33 DOODLE/ETC

사람

열살 무렵의 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너무도 무서웠다.

열다섯 무렵의 나는
사람이 사람 때문에 울거나 망가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고,

스무살 무렵의 나는
성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스물다섯 무렵의 나는
그건 성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내 방식이 남들과는 좀 다른 거였다는 알았고

서른살 무렵의 나는
그리 살다 사람이 지겨워져서 나의 세계는 나를 제외한 단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단언했다.


요즘은 계속 샤먼에 대해 생각한다.
나와 타인들. 타인들과 타인들.
물 밑으로 연결된 섬.
완벽하지 못한 연약함.
사랑스러움과 잔악무도함.
공중에 붕 떠있거나 혹은 저 바닥아래 달라붙어있거나.
무수한 스펙트럼들.
용기있음. 비겁함.
원. 고리. 반복. 순환.
3인칭. 3인칭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자신.
묻어두려고 하는 것, 끄집어 내려고 하는 것.
방학. 쉬는 시간. 피크닉.
잡아당기는 것과 밀쳐내는 것.
더 많은 관찰 대상. 필요한 관객.
나의 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2/01/17 03:16 DOODLE/FAUX

시간도둑


시간을 도둑맞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은 나의 시간을 접어 주머니에 숨기고는 내게 말했다.
너 시간이 아깝지 않니? 
난 너 그러고 사는 거 보면 시간 참 아깝더라.
 
뒷주머니에 숨긴 내 시간이나 내놔, 이 도둑놈들아.

누군가의 평화롭고 안온한 삶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마치 내 것을 내 시간을 내 미래를 빼앗긴 것처럼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 이내 누군가의 경멸섞인 얼굴이 떠오르고 움츠러든다.

잔혹한 시간들을 잊기 위해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러니 내 시간을 훔친 건 그들이다.

하나씩 찾아가 목을 조르고 싶다.
천천히 내 시간을 들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1/12/22 02:11 DOODLE/FAUX

빨래


나와 살면서 빨래 돌릴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그 간단한 과정을 순서대로 마치고 건조대를 펴서 빨래를 널고 있으면
스스로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향긋한 그 인공의 냄새에게 칭찬받는다.
 
기분이 좋지 않은데 빨래거리가 모자란 날은
그냥 그 동그란 드럼안에 들어가 웅크리고 울고 싶다.
더 더 구겨지고 쪼그라들어서
작고 작은 실밥뭉치가 되고 싶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moire

2011/12/21 13:09 DOODLE/ETC

mixtape : DEC, 2011

Posted by moire
이전버튼 1 2 3 4 5 ... 9 이전버튼

최근에 달린 댓글